2016년 3월 11일 금요일

2016 2월 조행기



출조전날 어쩔 수 없는 술자리 후 겨우 꾸린 원정장비들.
항공편이라 오버차지 회피를 위해서 온갖 고민을 다한 결과물이다.
확실히 경험이 쌓일수록 줄일 수 있는 것 같은데 이정도가 한계인 듯.
술 취한 상태에서도 마지막까지 FTV보다가 잠들었다보다.
tip. 조끼입고, 기내캐리어에 중량물을 몰아서 넣으면 수화물 무게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기내 반입 금지물품(액체, 무기류)에 대해서는 신경쓰셔야 합니다.



착한 후배의 배웅으로 인천공항발 07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후쿠오카공항.
수하물과 기내 캐리어 사이에 장비옮김이 필요하다. (수화물 무게 때문에 제자리에 두지 않은 것들...)


전날 부산에서 카멜리아호를 타고 온 원정 일행들을 만나 3시간 정도 버스로 달리면 출항지인 히라도에 도착한다.
비행기를 타고온 멤버가 나 혼자라 가장 빠른 항공편이었으나 공항에서 기다려준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구나 빨리 남녀군도 가고 싶은 마음일텐데,,,

멀리 히라도대교가 보인다. 또 3~4시간을 배로 달리면 남녀군도에 도착하겠지...
개인적으로 남녀군도에서 걱정하는 것은 두가지이다. 날씨와 파트너,,,
예보상 일정 막판에 겨우 날씨가 좋아진다지만 그래도 정시에 배가 뜨니 다행이라고 봐야한다.
파트너와의 호흡과 예기치못한 상황에서의 협업, 배려는 원정낚시에서 중요하다.


첫째날 해지기 전에 내린 포인트.
바람을 피해 겨우 내린 자리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건너편 일행도 밤사이 큰 손맛은 보지 못한 듯...


둘째날 해가 뜨고,,,


밤사이 따문따문 입질이 있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날씨가 좋아지는 원정 후반 일정에 기대를 맞추고 있었기에 뭐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배가 언제 오려나...
갈색 마대에 조과물을 담고, 흰색 마대에 쓰레기를 모아서 담는다.
쓰레기를 정리하지 않은 낚시인을 타박하는 일본인 선장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tip
배불뚝이 로드케이스 (낚시채비 전체)
흰색 바칸(침낭, 에어매트, 천막텐트 등 자는 것)
검정 바칸(버너, 가스, 코펠, 먹거리, 비옷, 프렌드 등 먹는 것과 애매한 것)
밑밥통과 마대(돈코로즈)
딱 용도를 구분해두면 짐싸고 포인트 상황에 맞춰 내리기 좋습니다.



둘쨋날 옮긴 포인트. 멀리 상어여(사메)가 보인다.
사진에 거센 바람이 잘 담기지 않는데,,, 사진보다 낚시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철수후 알게 되었는데... 사진의 낚시대 주인은 26년된 크라운을 몰고와서 안전모 쓰고 낚시하던 78세 일본인 조사님...
나도 그 나이까지 갯바위찌낚시를 즐기고 싶다.



포인트 좌안,,, 바람을 피해서 출조선이 대기하고 있다.
물로 잘 가지 않고 낮낚시는 별로인 상태라 마음을 비우고 침낭에 들어가 체력을 보충한다.
돌돔장비도 같이 챙겨온 베테랑인 파트너는 떨굼낚시로 몇마리의 돌돔과 대물 혹돔을 올렸다.
80넘는 혹돔은 실제로 보기전까지는 믿기 힘들었다. 혼자서 랜딩까지 성공하다니 대단할 따름.
실력뿐만 아니라 배려심도 깊었기에 이번 조행은 마음 편하게 낚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셋째날,,,
날씨가 좋아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녀군도 특급포인트인 상어여(사메)에 내리게 되었다.
4명이 한팀이 되어 소사메(사진 우측)에 내렸다.
일행 모두 적당히 자리를 잡았는데 나는 남쪽 끝에 섰다.
물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른 관계로 채비가 흐르면 자리를 옮기면서 갯바위 가장자리를 노렸다.
40 중반급 긴꼬리벵에돔이 얕은 수심까지 부상하는데 시원한 입질은 아니다.
실수로 목줄이 찌매듭 근처에 감겨서 1.5미터 고정찌채비처럼 되어버렸는데, 이게 신의 한수가 되었다.
수심이 적당했고(점점 입질 수심이 낮아짐) 고정찌 채비라 민감한 입질 파악이 가능했기에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었다.


동틀 무렵 강한 입질을 받았다.
발판이 높아서 레마레6로 50가까운 씨알도 모두 들어뽕했는데 이건 좀 곤란한 씨알이다.
6미터 뜰채로 겨우겨우 올려보니 60짜리 프레임을 거의 채우는 긴꼬리벵에돔~
갈무리하고 다시 채비를 흘려보지만 밝아진 이후 갯바위 가장자리에서의 기존 입질은 끊어졌다.

 몇해전 (한다리 건너) 지인이 사메에 내려서 그림의 줄자를 썼었던 기억이다.
나도 한번 꺼내보자...
시메하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 57 정도를 가르킨다.
2011년 초심자의 행운으로 낚았던 63 긴꼬리벵에돔 개인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씨알 기준 장원의 의미있는 녀석이다.
히라도로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씨알 기준 상금몰빵 타이틀을 걸었는데,
혼자서 비행기로 온 탓에서 전날 배편으로 와서 나를 기다려준 다른 일행들에게 식사비 명목으로 상금을 건낼 수 있었고,
덕분에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상어여에서 바라본 남녀군도(여도)
사진의 주인공이 파트너였는데, 오랜 조행 에피소드 중에서 추자도에서 선장을 물에 빠뜨린 이야기는 요즘 시국에 비추어 묘한 쾌감을 전해주었다.
안가본 곳이 없는 경험,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이해, 어마무시한 보유 장비 등등 부러운 구석이 많았지만,,,
아버지에게 낚시를 배웠고 서로의 생일에 낚싯대를 선물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 무엇보다 부러웠다.
낚시에 흥미를 가지고는 있지만 이제는 사교육에 점점 빠져가는 내 아들과 저런 부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소사메에서 바라본 대사메에 중국(대만?) 조사들이 들어왔다.
차이나머니의 위세가 남녀군도까지도,,,
미천한 신용문화의 한국인보다는 더 나은 손님이라는 이쪽 업계의 평을 무시하긴 힘들다. 


남녀군도 낮낚시는 확율이 떨어진다지만 물이 잘 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남서쪽 난바다로 물이 잘 가길래 2.75호 원줄, 투제로찌로 가볍게 꾸린 채비로 본류를 공략해본다.
역시나 30~50미터 전방에서 입질이 이어진다.
가벼운 채비의 흘림, 적극적인 밑밥동조, 시원한 입질, 멋진 로드의 휨새, 드랙소리와 브레이크, 뜰채질...
일련의 과정은 벵에돔낚시의 재미의 정점에 있다. 게다가 씨알까지 훌륭하지 않은가...


상어여에서 몇시간 낚시 후 포인트를 다른 원정 일행에 양보하고 옮긴 여도 수로 포인트.
멀리 상어여가 보이고, 우측 곶부리는 작년에 내려서 재미봤던 자리이다.
물이 상어여 쪽으로 흐를 때 본류낚시가 가능한데 물이 안간다.
파트너와 함께 와규를 구워서 갯바위만찬을 즐긴다.


마냥 놀 수 없어 이곳저곳을 공략하는데, 무지막지한 입질을 받았다.

고기 머리가 돌려지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길래 겨우겨우 올려보니...

 
바늘이 큼지막한 쥐돔 꼬리에 걸렸다
약은 입질에 강한 챔질을 했더니 쥐돔 꼬리 돌출부위 언저리에 바늘이 걸렸나보다.
쥐돔은 같은 크기면 순간적으로 긴꼬리보다 힘이 강한데, 꼬리에 걸렸으니 그 손맛이 더 강렬했다.

편하고 무난한 포인트라 내일 아침 철수까지 있기로 했는데, 갑자기 배가 온다.
날씨도 좋은데 갑자기???


그렇다. 도리시마로 가자는거구나.
상어여에 들어갈 때 도리시마까지는 무리였나 싶었는데 선장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했나 보다.
남녀군도에서 40~50분 남짓 이동했으니 추자도의 절명여보다도 더 먼 관계라고 봐야겠다.
5번째 남녀군도 와서 드디어 도리시마에 내리니 일단 기분은 좋다.



북암, 중암, 남암 3개의 여로 이뤄져있는데 원정 일행은 중암(6), 남암(4)에 나눠 내렸다. (위 사진은 남암)
중암에서 발판 사나운 한 곳에 파트너와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는데,,,
40중반 돌돔을 떠서 물면 강제집행으로 들어뽕하는 그런 낚시였다.
처음에 좀 헤맸는데 전자찌가 깜빡거리는 입질에서 챔질해야하는 요령을 파트너가 알려주니 마릿수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워낙 난바다에 위치한 조그만 여라서 일년 중 사람이 내리는 빈도가 낮은 관계로 김발이 유독 심해서 미끄럽지만,
고기들은 갯바위에 바짝 붙는 그런 포인트 특징이 있었다.
낮에 내렸으면 또다른 재미의 낚시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건 과한 욕심이라고 봐야겠다.
두시간 남짓 짧은 낚시 후 강해진 바람에 남도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고 약간 이른 철수를 했다.
대부분 충분한 조과를 거뒀기에 조기 철수에 큰 이견은 없었다.


철수 후 고기장만, 사우나, 취침, 새벽 공항이동해서 귀국편 비행기 탑승~
오버차지만 20만원 정도 지불,,, 파트너가 바칸 두개를 배편으로 옮겨줬음에도 고기가 있으니...
퉁퉁불은 손가락에 낀 때가 사우나에서 빡빡 밀어도 빠지지 않았다.


인천공항에 인접한 현장근무인지라 직원들이 일요일임에도 여러 나와서 조과물을 기다렸기에
짐도 풀기 전에 칼잡고 회를 떠서 자리비운 미안함을 달래본다.
긴꼬리벵에돔 숙회와 돌돔껍질에 반응이 아주 좋았던~


함바식당 문을 여니 그사이 함박눈이 쌓였다.
작업중단이니 아랫직원들 고기 나눠주고 빨리 퇴근하라고 하고
나도 빨리 집에 가서 아이들 얼굴을 봐야겠다.



눈사람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요령을 가르쳐주니 각각 한덩이씩 굴린다.

아파트에서 가장 큰 눈사람을 만들었으니 이제 집에 들어가자고 설득하고,,,


돌돔을 오븐에 굽고, 붉바리로 탕을 끓이니 온가족이 잘 먹는다.
몸은 피곤하고, 장비는 언제 닦지?
비행기로 움직였더니 조금 전까지 남녀군도 꿈같은 포인트에서 낚시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동료,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더라는,,,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준비해서 70, 80까지 갯바위찌낚시를 즐기고 싶다.
언제나 동경하는 멋진 곳에 가끔은 마음먹고 출조할 수 있는 일상에 감사할 따름...